열흘간 1만명 봉사… 덕분에 유족들도 버틸 수 있었다 > 보도자료

본문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전라남도자원봉사센터


센터소식

지금 이 순간 나 자신만이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

열흘간 1만명 봉사… 덕분에 유족들도 버틸 수 있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전남자원봉사센터 조회 334회 작성일 25-02-18 13:52

본문

 

열흘간 1만명 봉사… 덕분에 유족들도 버틸 수 있었다


밤새 분리수거 도운 시민들. /김영근 기자

밤새 분리수거 도운 시민들. /김영근 기자

7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대합실. ‘제주항공 참사’ 유족 800여 명이 머물렀던 곳이다. 자원봉사자 30여 명이 집게와 쓰레기봉투를 들고 대합실을 청소하고 있었다. 전날 시신 수습이 모두 끝나 유족들은 공항을 떠났다. 가끔 희생자의 유품을 찾기 위해서 들르는 유족이 있다.

“마지막 한 분까지 외롭지 않게 곁에 있으려고 합니다.” 전남 목포에서 온 자원봉사자 서미숙(62)씨는 참사가 난 지난달 29일부터 열흘째 무안공항 대합실을 지키고 있다. 공항에 남겨진 커피, 컵라면, 핫팩 등 기부 물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서씨는 “유족들을 직접 보고 나니 도저히 그냥 공항을 떠날 수가 없다”고 했다.

‘제주항공 참사’ 이후 무안공항에는 전국에서 자원봉사자 약 6000명이 찾아와 유족과 아픔을 나눴다.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6일까지 9일간 무안공항을 찾은 자원봉사자는 총 5872명이었다. 이들은 대합실을 청소하고 밥을 지어 유족과 자원봉사자들에게 배달했다. 지난 1일 새해 첫날에는 자원봉사자 1500여 명이 해돋이 행사장 대신 무안공항에 몰리기도 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자원봉사자로 등록하지 않은 종교 단체와 개인도 많았다”며 “이들까지 포함하면 자원봉사자 수는 총 1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청각장애 부부의 커피 트럭. /전남도

청각장애 부부의 커피 트럭. /전남도

‘저희는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손짓으로 말씀해 주세요.’ 지난달 30일 전남 무안스포츠센터 합동 분향소 앞에는 이런 안내문을 단 흰색 푸드트럭이 등장했다. 목포에 사는 청각장애인 부부 신용호(53)·유미순(55)씨가 유족과 추모객들을 위해 연 것이다. 이들은 지난 5일까지 7일간 유족과 추모객에게 커피, 유자차, 생강차 등 2100잔을 만들어 건넸다. 푸드트럭을 운영해 먹고사는 부부는 일주일간 장사를 접었다. 신씨는 “마음이 무너진 유족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경기 수원에 사는 그림책 작가 임경희(63)씨는 지난달 30일 밤 무안공항을 찾았다. 밤새 쓰레기 분리수거 봉사를 했다고 한다. 임씨는 “밤을 꼬박 새워도 피곤하지 않았다”고 했다. 임씨는 지난 4일 흰 손수건 600장을 들고 무안공항을 다시 찾았다. 일일이 유족 텐트를 다니며 손수건을 전달했다. 그는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어서 흰 손수건을 준비해왔다”고 했다.

미국 시애틀에 사는 교포 조모씨는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아내와 함께 입국해 무안공항을 찾았다. 과거 경비행기 교관으로 일해서 이번 참사가 더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는 전국에서 온 기부 물품을 유족에게 전달하고 대합실 곳곳을 청소하는 봉사를 했다. 전남도 자원봉사센터는 조씨에게 연락처를 물었지만 그는 “조용히 봉사만 하고 가겠다”며 사양했다고 한다.

연차 내고 달려온 한의사들. /대한한의사협회

연차 내고 달려온 한의사들. /대한한의사협회

한의사들은 공항에서 의료 봉사를 했다. 무안공항 1층 화장실 옆에는 지난 1일 4평(13㎡) 남짓한 ‘한의 진료실’이 문을 열었다. 전국의 한의사 공중보건의 14명이 연차나 출장을 내고 달려왔다. 지난 2일 찾은 진료실에선 흰색 가운을 입은 한의사가 유족들의 맥을 짚고 있었다.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속이 아파요.” “이 약 한번 드셔 보세요. 아무리 힘드시더라도 밥은 꼭 챙겨 드시고요.” 한의사 A씨가 한약이 든 봉지를 건네자 60대 유족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이번 사고로 형을 잃었다”며 “한의사 선생님이 약까지 챙겨 주시니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한의사 조옥현(56)씨는 “유족들이 추운 날씨에 공항 대합실 텐트에서 쪽잠을 잤다”며 “감기 몸살이나 근육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무안공항에는 전국에서 기부 물품이 도착했다. 제주 서귀포의 영농조합법인은 감귤 156박스를 보냈고, 경기 광명의 빵집은 빵 79박스를 보내왔다. 서울시는 의약품 1200만원어치를 전달했다.

 출처 : 조선일보  2025년 1월 8일 (수) 14:46  조홍복, 진창일, 김병권, 이민경 기자

인스타그램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