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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일 같지 않은 재난…뭔가 보태고 싶어” 무안공항 달려온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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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남자원봉사센터 조회 355회 작성일 25-02-1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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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일 같지 않은 재난…뭔가 보태고 싶어” 

무안공항 달려온 사람들


제주항공 참사 발생 사흘째인 31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2층 출국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유가족과 공항 관계자 등을 위한 간식을 나눠주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제주항공 참사 발생 사흘째인 31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2층 출국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유가족과 공항 관계자 등을 위한 간식을 나눠주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나고 자란 동네 바로 옆에서 사고가 났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뭐라도 보태고 싶어서 달려왔어요.”

179명이 숨진 제주항공 참사 사흘째인 31일 “작은 힘이나마 보태 보자”는 시민들의 따뜻한 손길이 무안국제공항에 속속 도착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정민경(29)씨도 그 중 하나다. 연말을 맞아 친정인 전남 화순에 내려와 있던 민경씨는 29일 사고 소식을 접하고 손이 덜덜 떨렸다. “당장 한 다리만 건너도 피해자가 여럿이에요. 모두 저희 부모님같은 분들이다보니 남 일 같지 않다고 느꼈어요.” 마침 공항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사는 지인 정금옥(29)씨가 공항에 가서 물품 지원을 하고 오겠다는 소식을 접한 민경씨는 당장 손을 보태기로 했다. 두 사람은 이날 감귤, 생수, 과자 등을 손수레에 가득 싣고 공항으로 달려와 유가족들에게 전했다.

정민경, 정금옥씨가 3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유가족들을 위한 귤과 생수, 과자 등을 기부하고 있다. 정인선 기자

정민경, 정금옥씨가 3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유가족들을 위한 귤과 생수, 과자 등을

기부하고 있다. 정인선 기자

유가족들이 머무는 공항 곳곳에는 이날 전국에서 모인 자원봉사단체와 종교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이 꾸린 물품 지원 부스가 차려져 있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과 무안군 기독교연합회는 참사 이튿날 새벽부터 공항 2층 3번 게이트 앞에서 라면과 과자, 김밥 등 음식과 한기를 막을 손난로와 담요, 세면도구 등을 나눠주고 있다. 양규환(54) 무안행복한교회 목사는 “어느 교회에서 나왔다고 소개하기조차 죄송스럽다. 섣불리 말을 걸기보다 그저 ‘여러분 곁에 우리가 있다’는 메시지라도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먹고 힘냅시다’라고 외치고 있다”고 했다. 맞은편 바르게살기운동전남협의회 부스에서 기력 보충용 한약, 떡 등을 나눠주던 양민철(49)씨도 “잘 아는 형님이 피해를 보셔서 유가족들이 와 계신데 다들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시다보니 말 붙이기가 쉽지 않아 조용히 손을 보태고 있다”고 했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무안군 기독교연합회 관계자들이 3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2층 출국장에서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들에게 호박죽, 된장국, 김밥 등을 나눠주고 있다. 정인선 기자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무안군 기독교연합회 관계자들이 3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2층 출국장에서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들에게 호박죽, 된장국, 김밥 등을 나눠주고 있다. 정인선 기자

전라남도 설명을 들어 보면 하루 평균 6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무안국제공항에 머물고 있다. 크고작은 안내부터 식음료 제공, 쓰레기 줍기, 교통 지원까지 유가족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나서 손발을 보탠다. 자원봉사단체인 국제라이온스협회 회원 50여명도 이날 커다란 종량제봉투를 들고 공항 곳곳의 쓰레기를 치우고, 급식 배식을 도왔다. 김애나(64)씨는 “우리 회원 중에도 가족을 잃은 분이 있고, 나도 친구를 잃어 비통한 마음”이라며 “유가족들이 밥도 제대로 못 드실 텐데 조심스럽게 다가가 식사를 권하기도 하고, 식당에 발걸음하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는 직접 밥을 갖다 드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참사 발생 사흘째인 3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내부 한 커피 전문점에 선결제 안내문이 붙어있다. 공동취재사진

제주항공 참사 발생 사흘째인 3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내부 한 커피 전문점에 선결제 안내문이 붙어있다.

공동취재사진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커피나 음료 금액을 미리 결제해 놓는 ‘선결제’ 행렬도 끊이지 않는다. 공항 2층 4번 게이트 인근 커피전문점에는 전날부터 “선결제 되어 있으니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은 편하게 드시라”는 안내문이 한장 두장 늘어났다. 중앙대민주동우회에서 나왔다는 안희만씨는 이날 낮 카페에 붙은 안내문을 한참 바라보다 점주에게 카드를 건네며 “선결제를 하겠다”고 했다. 안씨는 “동우회에서 뭐라도 보태자고 뜻을 모았다. 작지만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공항 1층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임용범(40)씨도 유가족과 자원봉사자, 취재진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식당 공간을 24시간 개방했다. 또 직접 만든 식사 700인분과 식료품, 생필품 등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출처 : 한겨레   2024년 12월 31일 (화) 21:02  정인선 , 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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